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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김장하듯 6월엔 매실 담가요

겨울 김장하듯 6월엔 매실 담가요

by 운영자 2011.06.23

매실이 한창 나는 6월이면 집집마다 매실청을 비롯한 매실 식품 담그느라 바쁘다. 일 년에 한 번 겨울이 오기 전 김장하듯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기 전 매실 식품을 만들어 두면 한해, 혹은 여러 해 동안 여러모로 요긴하게 쓸 수 있다.
6월은 매실의 계절이다. 매서운 추위를 뚫고 온통 하얀빛으로 상춘객을 유혹하던 매화가 그새 싱그러운 초록을 머금고 알알이 영글었다. 솜털 뽀송뽀송한 매실을 따 매실청을 만들고 술을 담글 때다. 겨울 김장 하듯, 6월 매실 담그기는 주부들의 연례행사. 1년 내 두고 먹어야 하는, 아니 그 이상 먹을 수 있는 가정상비약으로 손색없는 매실이 담긴 항아리는 보고만 있어도 뿌듯하다.

매실, 가정상비약이죠

6월에 매실청을 담그면 더운 여름 시원한 음료대용으로, 입맛 없을 때 아삭하고 달콤한 장아찌로, 요리할 때는 설탕 대신 사용하는 천연조미료로 활용할 수 있다. 또한 구연산의 활발한 활동으로 장 속의 거북함이나 배앓이에도 좋다.
새콤한 매실은 여름철 잃기 쉬운 입맛을 확 살려준다. 또한 천연 피로회복제, 해독제로 통한다. 유기산과 구연산 사과산, 피크린산 등 신맛 성분들로 뭉친 몸을 풀어주는 마사지 효과를 내기도 한다. 칼슘 등 미네랄이 풍부해 골다공증 예방에도 좋고 우리 몸이 알칼리성을 유지하는데도 도움을 준다.
그러나 무엇보다 매실의 역할이 큰 곳은 가정상비약. 바로 식중독과 발열에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매실은 더위를 피하게 하고 갈증을 그치게 하며, 위를 튼튼하게 하고, 장의 기능을 조절함과 동시에 설사를 그치게 하는 효능이 있다고 전해진다. 매실은 소화를 도울 뿐 아니라 변비와 피부미용에도 좋다. 맛과 영양에 피부까지 도움을 준다니 이보다 더 좋은 과실이 있을까.
매실은 가공법에 따라 오매 금매 백매로 나뉜다. 오매는 6월 중순에서 7월 초순에 딴 미숙한 매실의 껍질씨를 벗긴 뒤 짚불 연기에 그을려 말린 것으로 까마귀처럼 까맣다고 해서 오매란 이름이 붙었다. 조선시대 단오에 임금이 대신들에게 내린 ‘제호탕’이란 청량음료의 주성분으로 쓰었다. 동국세시기에는 이탕을 마시면 갈증이 풀리고 속이 시원하며 정신이 상쾌해진다. 오매는 가래를 삭이고 구토 갈증 이질 폐결핵 등을 치료하며 술독을 풀어주는 한약재로 이용된다. 금매는 매실을 증기로 찐 뒤 말린 것으로 주로 술을 담그는 데 이용된다고 했다.
매실을 소금물에 하룻밤 절인 뒤 햇볕에 말린 것이 백매. 이것을 물고 있으면 입냄새가 사라진다고 한다. 우리가 매실청(일명 액기스)의 재료로 사용하는 매실은 연초록빛을 띠고 신맛이 강한 청매이다. 청매를 씻어 설탕과 1 대 1 비율로 섞어 3개월 동안 발효시키면 매실청이 완성된다.
무더운 여름날 매실청에 시원한 물과 얼음을 띄워 마시면 갈증과 피로회복에 좋은 여름음료가 완성된다. 또한 각종 고기류의 양념에 사용하면 연육작용을 돕고 설탕 대신 매실청을 사용해 단맛을 내기도 한다.

■ 상큼한 여름보약 매실 고르는 법
크기는 지름 4cm 정도가 적당하다. 모양은 타원형에 색깔이 푸르고, 껍질에 검은 잡티나 점이 없는 것이 일등품. 씹었을 때 신맛과 단맛이 나고, 과육이 많은 것이 좋다. 칼로 자를 때 씨가 딱딱해 제대로 잘라지 않아야 잘 익은 것이다.

■ 이맘때 담가두면 일 년이 든든 매실청 만들기
재료 : 청매1kg, 설탕1kg(1:1 비율이나, 1:1.3 비율이 좋다)
- 알이 굵은 매실을 채반에 담아 흐르는 물에 씻어 물기를 뺀다.
- 물기가 제거된 매실 1kg와 설탕800g을 먼저 고루 잘 섞은 다음 유리나 사기, 옹기 등의 재질로 된 용기에 넣는다.
- 용기 맨 위는 남겨둔 200g의 설탕으로 잘 덮어 그늘지고 선선한 곳에 놓아둔다.
- 약 2~3개월이 지난 뒤 매실이 쪼글쪼글하게 되어 떠오르면 거의 추출이 된 것. 이때 매실을 건져낸다.
- 남은 매실은 먹어도 되고 그대로 둔 채로 소주를 부어 놓으면 매실주로 마실 수 있다. 매실액을 잘 밀봉해 서늘한 곳에서 원하는 맛이 될 때까지 발효시키면 맛있는 매실청을 맛볼 수 있다.

▶Tip
매실의 과육을 저미지 않고 사용할 경우 매실 씨의 청산 성분 때문에 3개월이 지나면 과육과 매실청을 분리해야 한다. 하지만 매실을 저며서 매실청을 담그면 1, 2년 이상 그냥 두어도 괜찮다. 청은 요리시 단맛을 내는 양념으로 사용하고, 과육은 갈아서 잼을 만들거나 샐러드에 넣기도 하고 고추장에 박아서 장아찌를 만들 수도 있다.

김경주 기자 pool1004.blog.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