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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타, 내 삶을 위로해줘

파스타, 내 삶을 위로해줘

by 운영자 2017.10.27

책 VS 영화. 살아갈 이유보다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알려준, 어렴풋하게 느끼게 해준 책이 있다. 몇해전 읽은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란 책이다. 줄리아 로버츠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삶에 지쳐있는 순간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주인공이 로마와 인도, 발리를 여행하며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는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이탈리아에서는 파스타와 피자를 마음껏 먹으며 여유를 부리는 등 달콤한 게으름을 즐기게 됐다.
다음 여행지인 인도에서는 명상하며 마음의 평화를 찾고자 했다. 하지만 명상도, 마음의 평화도 쉽게 찾아지는 것이 아니었다. 마지막 여행지 발리에서 운명의 상대를 만나게 되지만 주저하게 된다는 정말 영화 같은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작가의 실제 이야기지만 원래 인생이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순간이 있기 때문에 팍팍한 현실에서 한 번쯤 꿈꾸게 되는 여행, 그 속에서 인생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는 경험을 하는 이야기다.
책을 읽으면서도 그랬고, 영화에서 줄리아 로버츠가 보여주는 파스타 먹방을 보고 문득 파스타를 맛봐야겠다고 느꼈다.
파스타에 대해 많이 알지도 못하고 이탈리아 근처도 못 가봤지만, 꼭 파스타를 먹어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파스타, 어떤 것을 고를까?

까르보나라, 토마토, 오일, 빠네 등등. 파스타는 종류도 다양하다.
소스에 따라, 면에 따라 정말 다양한 종류가 있다.
물론 내가 맛보는 파스타는 그중 흔하디흔한 몇 개.
평소 그렇게 즐겨 먹지는 않지만, 가끔 파스타를 먹는다.
짬뽕과 짜장면 사이에서 고민하듯,
매번 크림소스와 토마토소스 중 하나를 고르지 못할 때가 있다.
어떤 집에는 까르보나라가 맛있고,
또 어떤 집에는 토마토소스가 맛있다는 전제가 붙는다면 좋겠지만….
토마토소스나 까르보나라가 흔하긴 해서
웬만한 파스타 집에서는 비슷비슷한 맛을 낸다. 맛의 평준화가 됐다고 할까.
하얀 파스타

사실 나 역시 몇 해 전까지 까르보나라와 크림이 같은 것인 줄 알았다. 크림이 듬뿍 들어간 하얀색 파스타를 까르보나라라고 주는 곳도 많다. 하지만 그 둘은 다르다. 오리지널 까르보나라는 크림소스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달걀과 치즈, 고기로만 맛을 낸다고 한다. 까르보나라는 베이컨 달걀노른자 치즈 등을 넣어 부드러운 맛이 특징이다. 크림소스를 사용한 까르보나라는 미국에 전파된 변형된 까르보나라인 것이다. 이탈리아어 carbone는 석탄을 의미하는데 이탈리아 중부 라치오지방의 음식. 아페니니 산맥 광부들이 소금에 절인 고기와 달걀을 먹기 시작한 것에서 유래한 음식이다. 간단한 재료로 쉽게 만들어 먹기 시작한 것이 지금의 고급 음식이 된 셈이다. 하얀색 파스타는 모두 느끼할 것이라는 편견을 깨준 까르보나라. 고소한 맛에 자꾸만 찾게 되는 ‘최애’파스타가 됐다.
빨간 파스타

하얀 거는 까르보나라, 빨간 거는 토마토 소스라는 파스타 공식이 있다.
집에서도 자주 만들어 먹는 빨간색의 토마토소스 파스타가 지금까지 제일 많이 먹어본 파스타가 아닐까 싶다. 궁합이 좋은 음식이 있다. 많다. 그중 모짜렐라치즈와 토마토소스가 그렇다. 그 둘의 조합은 흔히 피자에서 맛볼 수 있다. 물론 파스타에서도 그 둘의 만남은 부담스럽지 않고 산뜻한 맛을 내준다. 빨갛게 먹음직스러운 토마토소스 파스타에 쫄깃한 치즈가 듬뿍 올라간 비주얼은 그 자체만으로 군침이 돈다.
빵과 파스타는 언제나 옳다

옆 테이블에서 시켜먹는 것을 보고 메뉴판을 찾아보고서야 이름을 알아낸 그 이름 빠네. 빠네는 빵을 뜻하는 이탈리아어로 빠네 파스타는 빵 안에서 파스타가 흘러넘쳐 나온다.
큼직한 빵의 속을 파내고 진한 소스와 파스타를 채운 빠네는 파스타 소스에 빵을 콕 찍어 먹는 맛이 좋다. 셀프 위로법 설문조사에서 당당히 1등을 차지한 ‘맛있는 음식 먹기’. 맛있고 예쁜 음식으로부터 작은 위로를 받고 행복한 시간을 만들었다면 그 삶 또한 값진 것.

김경주 기자 pool1004.blog.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