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다~보여주는 돼지갈비

다~보여주는 돼지갈비

by 운영자 2016.12.13

돼지갈비를 먹으러 간 식당에서 큰 텔레비전 화면으로 주방의 모습이 생중계됐다. 음식점 주방 내부를 손님에게 공개하는 CCTV 화면이었다.
아무 소리도 나지 않고 가끔은 등장인물도 없이 반찬만 덩그러니 보이는 주방 화면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9살 아들녀석이 “엄마 저게 재밌어?”라고 묻는다.
식당 안에는 많은 손님이 있었지만 텔레비전 속 주방 모습을 보는 이는 우리 아들밖에 없었다.
아들에게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정보를 동원해 설명했다. “저거는 재밌으라고 보여주는 게 아니야. 손님들에게 주방에서 조리사분들이 얼마나 깨끗하게 음식을 만드는지, 어떤 재료를 사용하는지 알려주기 위해서 CCTV를 설치해 보여주는 거야.” 그러자 아들이 “그래도 재미도 없는데 계속 틀어주면 좀 그렇지않아?”라고 대꾸한다.
음식 관련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익숙했던 아들에겐 목소리도 안 나오고 연출도 자막도 없는 CCTV 화면이 따분하게 느껴진 듯하다.
사실 아무도 신경을 안 쓰지만 더러는 주방 내부에 CCTV를 설치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식당은 믿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다.
남은 반찬은 어떻게 처리하는지, 주방의 위생상태는 어떤지 화면을 통해 볼 수 있으니 안심이 되는 면도 있다.
고기가 구워지길 기다리며 주방 이모들이 맛있게 만든 반찬을 집어 먹었다. 잡채를 후룩후룩 먹다가 아들은 “이거 저기서 가져온 거야”라며 다시 한 번 텔레비전 화면을 가리킨다.
지글지글 맛있는 소리를 내며 노릇노릇 돼지갈비가 구워지는 중간중간 아들녀석은 매의 눈으로 화면을 지켜봤다. “어여 먹자, 너가 그렇게 계속 쳐다보면 주방 이모들 부담스러워!^^”
김경주 기자 pool1004.blog.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