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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니] 닭도리탕을 닭도리탕이라 부르지 못했다

[끼니] 닭도리탕을 닭도리탕이라 부르지 못했다

by 운영자 2016.06.09

잘 모르고 썼던 많은 말들이 사실은 일제 잔재, 일본어 표기법 등 여러 이유로 쓰면 안 되는 말이었다. 일단 알았으니 더 이상 쓰면 안 되는 말이 더러 있다. ‘닭도리탕’은 빨간 양념에 각종 채소를 넣어 매콤하게 조려낸 닭볶음탕의 오래된 이름이다. 사전을 찾아보면 닭도리탕은 닭볶음탕(닭고기를 토막 쳐서 양념과 물을 넣고 끓인 음식)의 잘못으로 되어 있다.
도리가 일본어 새를 뜻하는 ‘토리’의 변형이라고 생각해 닭도리는 맞지 않은 표기법이라며 닭볶음탕으로 순화해왔다.
하지만 얼마 전 한국식품연구원 권대영 박사가 ‘닭도리탕’이 순우리말이라고 해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권대영 박사의 말에 의하면 닭도리탕은 닭을 ‘도리’ 쳐서 만든 음식을 말한다는 것이다.
닭도리탕은 ‘오이+무침’처럼 재료+조리법 순으로 쓰는 일반화된 표기에서 비롯된 말이라는 것이다.
닭볶음탕을 만드는 과정을 보면 사실 ‘볶음’의 과정은 없다. 아마 닭볶음탕을 먹어만 봤지 만들어보지 못한 사람들의 머리에서 나온 이름이 아닌가 싶다. 실제 닭도리탕을 만들어 먹을 당시 우리네 어머니들은 일본어를 알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닭요리에 굳이 새를 뜻하는 ‘도리’를 붙여 부를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에 국립국어원 관계자는 “명백한 문헌 증거가 있어야 한다. ‘도리치다’가 순우리말이라는 증거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국어원이 왜 닭도리탕을 일본어라고 판단했는지에 대한 근거도 불확실하다”고 인정했다.
그렇다면 닭도리탕이 일본어 표기법을 따른 말이라는 것도 확실하지 않다는 것이다.
매콤한 양념에 달콤한 감자와 닭, 양파, 파, 마늘 등으로 환상의 맛을 내는 이 음식을 뭐라고 불러야 할까.
소초면에 있는 오래된 맛집, 황골집에 가서 그동안 부르지 못했던 이름을 불렀다. “닭도리탕 주세요.”

김경주 기자 pool1004.blog.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