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릴러
이수진
한석규, 설경구, 천우희

현재의 삶은 무수한 선택이 쌓여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잘못된 선택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빚어낸다.
영화 우상은 매순간 선택의 중요성을 절감하게 만든다. 잘못된 선택 하나가 얼마나 비참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보여주는 작품이다.
우상의 사전식 풀이는 '맹목적인 인기를 끌거나 숭배되는 대상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영화는 그 이상을 품고 있다. 자기 신념을 관철시키려는 의지, 맹목적으로 추구하는 꿈도 '우상'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구명회(한석규)는 청렴한 도덕성으로 시민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고 있는 도의원이다. 최종 목표는 도지사로 당선되고 두터운 신망을 받는 정치인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아들의 뺑소니 사고로 정치인생 최악의 위기를 맞는다.
사고의 피해자는 유중식(설경구)의 아들이다. 인생의 전부였던 아들이 싸늘한 시체로 돌아오자 중식은 절망에 빠진다. 사고 당일 아들과 함께 있던 며느리 최련화(천우희)는 홀연히 사라져버렸다.
자신의 인생이 무엇보다 중요했던 명회는 아들을 자수시킨다. 경찰은 범인이 자수했다며 추가 조사 없이 사건을 종결시킨다. 중식의 말을 들어주는 경찰은 없고, 련화는 사건의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다. 중식은 련화를 찾기 위해 홀로 사건을 파헤치고, 명회도 련화를 추적한다.
명회는 본인이 이루고 싶은 꿈이 분명했고, 그 과정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중식은 아들에 대한 사랑이 깊었고, 련화는 생존에 대한 욕구가 강했다. 세 사람은 각자의 우상을 ○○○아 돌진하고, 사건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한석규(55)의 열연이 돋보인다.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보지 못한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선악이 공존하는 인물이다. 인자한 미소 너머에 가늠할 수 없는 속내를 감추고 있고, 시민들 앞에서 친절하다가도 일순간 돌변한다. 한석규는 내면 깊은 곳에 간직한 욕망까지 섬세하게 그려냈다.
설경구(52)는 배역을 위해 머리를 노랗게 탈색했다. 억울하게 자식을 잃은 부성애로 보는 이의 가슴을 후벼판다. 천우희(32)도 제 몫을 다했다. 미스터리한 인물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작품의 해석은 관객의 몫이다. 하지만 어느정도 선에서는 설명했어야 했다. 극중 인물들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에 설득력있게 풀어내지 못했다. 결국 배우들의 연기만 강하게 남는다. 144분, 15세 관람가